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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이유
이 책은 번역을 업으로 삼고 있거나 번역 공부를 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전 포스트에서 소개한 《나의 한국어 바로 쓰기 노트》가 번역가든 아니든, 글로 먹고 살든 아니든 누구나 알아둘 만한 문법을 다뤘다면 《우리 글 갈고 닦기》는 우리가 생활 속에서 인식하지 못하고 사용하는 영어 직역투, 일본어 직역투, 수동문 남발 등 흔히 '번역투'라고 하는 잘못된 표현의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부제를 봐도 알 수 있지만 "국어 교과서, 다시 써야 한다!"라고 할 만큼 저자는 이 책이 출간된 당시(20여 년 전)에도 사람들의 잘못된 한글 사용이 심각하다고 여겼던 것 같습니다. 점점 한글 바르게 사용하기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면서 이제 뭐가 옳고 뭐가 그른지조차 알 수 없는 경우도 많은데, 적어도 글로 먹고 사는 사람, 번역하는 사람, 번역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올바른 한글 사용으로 사람들이 간접적으로나마 제대로 된 한글을 접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의무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책은 현재 절판되어 중고로 구매할 수 있습니다.
책 속으로
《우리 글 갈고 닦기》는 총 8부로 구성됩니다. 먼저 목차를 한 번 보겠습니다.
제1부 영어 직역투
제2부 일어 직역투
제3부 변태 서술어로 표현한 기형문
제4부 상식을 벗어난 부사 용법
제5부 서로 구별해 써야 할 말들
제6부 그 밖의 잡다한 기현상
제7부 그 밖의 잡다한 졸문
제8부 교과서에 실린 좋은 글
1부의 첫 소단원에서 다루는 내용은 '이루어지다'라는 표현입니다. 저도 여러분도 흔히 사용하는 표현인데요. 저자는 이 표현이 영어 표현의 'be achived(attained, completed, fullfilled, realized)'를 한글로 옮기는 과정에서 탄생한 억지스러운 표현이라고 설명합니다. 가령 다음의 왼쪽 문장은 오른쪽 문장과 같이 쓸 수 있는 것입니다.
이 대학교는 여섯 개의 단과 대학으로 이루어졌다. → 이 대학교에는 단과 대학 여섯을 두었다.
필리핀은 크고 작은 많은 섬들로 이루어졌다. → 필리핀 군도에는 크고 작은 섬이 대단히 많다.
여담으로, '내용 소개' 섹션의 첫 문장에서 저도 모르게 '이루어지다'라는 그릇된 표현을 사용할 뻔했습니다. 이미 읽었던 책임에도 불구하고 일상에서 아무렇지 않게 자주 사용되는 표현이라 저도 모르게 사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책에는 이와 같은 '아하 모먼트'를 주는 내용이 많이 담겨 있습니다. 저자의 다소 비판적인 시선과 어투에도 불구하고 번역 공부를 시작한 사람이나 글 쓰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 우리 말을 제대로 사용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읽어볼 것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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