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고학년 책 추천 - 긴긴밤

초등 고학년 책 추천, 긴긴밤

긴긴밤

 

 

이번 포스트에서 소개해 드릴 책은 아들에게 지난 7월 제 생일에 선물로 받은 책 《긴긴밤》입니다. 누가 읽어도 좋을 책이지만, 본능보다는 감성이 더 발달하는 시기에(초등 고학년 책 추천) 읽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어른 동화로 읽어도 좋을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긴긴밤》은 세상에 마지막 하나 남은 흰바위코뿔소 노든과 그런 코뿔소 품에서 태어난 어린 펭귄의 이야기입니다. 이 책은 끊임없이 서로 돕고 돕는 이야기, 사랑하는 이를 위해, 가족을 위해, 친구를 위해 희생하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보통 삶에서 소설 같은 일(고난)을 한 번 겪기도 힘들다고 하는데, 이 책의 주인공 노든에게는 그런 일이 참 지속해서 일어나는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긴긴밤》의 이야기는 막상 노든의 스토리로 시작되지만, 사실 흰바위코뿔소 노든의 품에서 태어난 어린 펭귄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됩니다.  

나에게는 이름이 없다.
하지만 나는 내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
나에게 이름을 갖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을 가르쳐 준 것은 
아버지들이었다. 나는 아버지들이 많았다. 
나의 아버지들은 모두 이름이 있었다.
이 이야기는 나의 아버지들, 작은 알 하나에 모든 것을 걸었던
치쿠와, 윔보, 그리고 노든의 이야기다.

 

어린 펭귄의 아버지들, 치쿠와 윔보, 노든은 '긴긴밤'을 함께하며 아기 펭귄을 지켰습니다. 

작가 소개

 

 

이 책은 2021년 문학 동네에서 발간했습니다. 이 책의 이야기를 쓰고 그림을 그린 작가 루리는 이 책 《긴긴밤》으로 제21호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을 받았다고 합니다. 미술이론을 공부한 작가는 《그들은 결국 브레멘에 가지 못했다》라는 어린이 동화 또한 쓰고 그렸고, 《도시 악어》의 그림을 그리기도 했습니다. 《그들은 결국 브레멘에 가지 못했다》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브레멘 음악대》라는 유명한 스토리에서 모티브를 얻어 새롭게 해석하여 독특하게 풀어낸 작품입니다. 해당 책의 독자 권장 연령이 4~6세인데, 내용을 보면 다소 무겁고 우울하게 그려져 있어 읽으면서도 어린아이에게 읽어주기에 적합한가 하는 생각이 은근히 들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5세 정도까지는 인생의 쓴맛이나 슬픔을 모를 수 있다면 모르고 사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루리 작가의 글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눈으로 읽든 소리 내어 읽든 읽으면서 생각하느라 눈동자의 움직임도 느려지고 말도 느려집니다. 노든에게 힘든 일이 계속 닥칠 때는 "아니야! 그러지 마!"라고 소리 없이 소리치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아픔은 그게 사람이든, 동물이든, 실재하는 존재든, 소설 속 캐릭터든 상관없이 가슴을 저며 오기 마련인데, 루리 작가는 그렇게 사람들의 심장을 파고드는 능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주인공의 여정에 어느새 나도 함께 하고 있음을 깨닫게 만듭니다. 

책 속으로

 

 

이 책에는 살면서 곱씹어 보면 도움 될 만한 말이 많이 나옵니다. 제 가슴에 닿았던 몇몇 구절을 공유합니다. 

눈이 멀어 이곳에 오는 애도 있고, 절뚝거리며 이곳에 오는 애도 있고, 귀 한쪽이 잘린 채 이곳으로 오는 애도 있어. 눈이 보이지 않으면 눈이 보이는 코끼리와 살을 맞대고 걸으면 돼. 같이 있으면 그런 건 큰 문제가 아니야. 코가 자라지 않는 것도 별문제가 아니지. 코가 긴 코끼리는 많으니까. 우리 옆에 있으면 돼. 그게 순리야.

더 넒은 세상으로 가.
네가 떠나는 건 슬픈 일이지만 우리는 괜찮을 거야.
우리가 너를 만나서 다행이었던 것처럼, 
바깥세상에 있을 또 다른 누군가도
너를 만나서 다행이라고 여기게 될 거야. 

 

아침저녁으로 가을이 잠깐씩 인사하고 가는 요즘, 아이를 곁에 앉혀두고 《긴긴밤》을 읽어주는 것은 어떨까요? 오랜만에 소리 내서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세요. 그러면 아이는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가슴으로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아이와 내가 함께 아는 아름다운 이야기 하나가 생기게 되니 일석이조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가을에 읽을 만한 초등 고학년 책 - 《긴긴밤》을 추천해 드렸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